- 정통 SUV 공백 부각
- 견인·험로 수요 주목
- 현대차 카드 가능성 관심

국산 SUV 시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델 수는 많아졌는데도 이상하게 비어 있는 자리가 하나 보인다. 패밀리 SUV, 도심형 SUV, 하이브리드 SUV는 넘쳐나지만, 험로 주행과 견인까지 제대로 염두에 둔 정통 SUV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 들어 다시 현대 테라칸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테라칸의 재등장은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라, 지금 시장에서 비어 있는 역할을 메울 수 있는 카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테라칸은 그저 오래전에 사라진 차명이 아니다. 국산 SUV 역사에서 프레임 기반 정통 SUV의 마지막 이미지를 강하게 남긴 모델 가운데 하나다. 차체와 프레임이 분리된 구조, 선택형 또는 상시 사륜구동, 그리고 무겁지만 믿음직한 하체 감각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 테라칸의 목적은 분명했다. 험한 길을 버티고, 짐을 싣고, 필요하면 무언가를 끌고 갈 수 있는 차라는 점이다. 이후 SUV 시장이 점차 승용차 감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성격의 모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그 공백은 여전히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시장 흐름이 오히려 테라칸 같은 모델의 필요성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캠핑과 차박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카라반이나 트레일러, 소형 보트를 끌 수 있는 차량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오프로더나 정통 SUV가 계속 주목받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다만 수입 모델은 가격과 유지비, 접근성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정통 SUV를 다시 내놓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 반응은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테라칸이 풀체인지 형태로 돌아온다면 가장 중요한 건 포지션 설정이다. 싼타페처럼 도심형 가족 SUV와 겹쳐서도 안 되고, 팰리세이드처럼 대형 패밀리 SUV와 같은 성격으로 가서도 의미가 약해진다. 그 사이에서 구조적으로 더 강하고, 실제 활용성이 분명한 SUV라는 위치가 가장 설득력 있다.
5인승에서 7인승까지 대응 가능한 구성, 여유 있는 적재 공간, 그리고 실질적인 견인 성능을 갖춘다면 가족용과 레저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차체만 키운 SUV가 아니라, 목적성이 명확한 모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파워트레인은 충분히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검증된 디젤 엔진이나 가솔린 터보를 기본으로 하되, 최근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나 PHEV 같은 전동화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될 만하다.
특히 테라칸 같은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연비 수치보다 실제 견인 상황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힘을 내느냐다. 카라반이나 트레일러, 보트 견인까지 고려한다면 토크 특성과 하체 세팅, 냉각 성능 같은 부분이 훨씬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테라칸이 다시 등장한다면 존재 이유는 분명해질 수 있다.

외관 역시 최근 현대차 디자인 흐름과 꽤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각을 살린 차체 비율, 수직적인 전면 구성, 두툼한 펜더와 높은 지상고는 최근 SUV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요소다. 다만 테라칸은 이를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멀리서 봐도 “도심형 SUV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줘야 하고, 실제로 험로와 레저를 염두에 둔 차라는 메시지가 디자인에서부터 전해져야 한다. 그게 바로 테라칸이라는 이름이 가진 본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실용성이 우선되는 방향이 더 어울린다. 완전 평탄화가 가능한 시트 구성, 캠핑이나 차박에 적합한 수납 설계, 관리가 쉬운 내구성 중심 소재, 그리고 각종 야외 활동을 고려한 전원 활용성까지 갖춘다면 확실한 차별점이 생긴다.
여기에 최신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더해진다면 일상 주행에서도 불편함 없는 구성이 가능하다. 즉, 프리미엄 감성은 결과적으로 따라올 수 있어도, 이 차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잘 쓰는 SUV’에 맞춰져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프레임 구조는 기본적으로 무게와 연비, 제조 비용 면에서 불리하고, 차값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대중성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선을 어디에 긋느냐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정통 SUV만의 가치가 분명하게 전달된다면, 테라칸은 경쟁자가 거의 없는 독특한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콘셉트만 그럴듯하고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기대만 크고 실제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정리하면 테라칸이라는 이름은 분명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를 갖고 있지만, 지금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단순한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SUV 시장이 원하는 건 더 편하고 비슷한 차가 아니라, 역할이 분명한 차일 수 있다.
만약 현대차가 이 이름을 다시 꺼내 든다면, 그것은 옛 모델을 되살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비어 있는 시장을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국산 SUV 시장의 흐름 역시 다시 한 번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